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신봉진 전문의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태평양 인공와우 국제심포지엄'에서 인공와우 수술에서 휴대용 디지털 X선 장비의 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교실
전남대병원 조형호 교수 연구팀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난청을 치료하는 인공와우 수술의 비용 편의성을 높였다. 치과 장비인 휴대용 디지털 X선 장비를 활용한 인공와우 수술 평가 방법을 제시한 것.
15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조형호·김홍찬 교수와 신봉진 전문의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태평양 인공와우 국제심포지엄'(APSCI 2023)에서 새로운 인공와우 수술 평가 방법을 제시해 청중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구는 APSCI 2023의 '10대 임상 연구'에 선정됐다.
인공와우 수술은 보청기에도 효과를 보기 힘든 고도 또는 심도 난청에서 청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수술로 삽입한 미세 전극을 통해 소리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고,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준다.
인공와우 수술의 성패는 전극의 위치가 가른다. 청신경을 자극하는 전극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재수술해야 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중 영상 촬영을 시행해 전극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이동형 x-선 장비'나 '이동형 투시 장치'(C-arm)는 부피가 너무 크고 무게가 200㎏이 넘어 사용에 불편이 따랐다. 수술방에 두기엔 너무 커 바깥에 뒀다가 필요할 때 옮기거나, 촬영을 위해 수술 중간에 미세 현미경이나 수술대 등을 이동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했다.
전남대병원 연구팀이 치과에서 쓰는 휴대용 디지털 X선에 주목한 배경이다. 군용 목적으로 처음 개발된 이래 20여년간 치과 영역에서 활발하게 쓰이는 장비로, 해외에서는 코로나19(COVID-19) 이후 병원을 직접 찾기 어려운 환자에게까지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휴대용 디지털 X선 장비는 무게가 3㎏ 미만인데다 손잡이를 잡고 카메라처럼 촬영을 할 수 있다. 수술방 내 보관이 가능해 언제든 촬영이 가능하고, 뛰어난 화질을 제공하면서도 방사선 조사량은 이동형 X선 장비의 10분의 1 정도로 낮아 반복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췄다.
실제 연구팀이 이를 통해 인공와우 전극 배열 위치를 평가한 결과 촬영 시간, 정확도 등에서 기존 장비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봉진 전문의는 "휴대용 디지털 X선 장비는 기존 장비의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비용 효과적인 결과를 제공한다"며 "인공와우 수술 효율성과 편의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